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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민주화

박풍규 2006. 9. 3. 15:41
 

“민주주의의 민주화”



Ⅰ. 글머리


  오랜 기간 한국 민주주의 연구에 매달려온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치학)가 최근 3년 동안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쓴 글을 묶어 펴낸 그의 스테디셀러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의 후속판 격인 '민주주의의 민주화'(후마니타스)를 최근 내놨다.
  부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변형과 헤게모니' 현재의 민주적 대중정치가 왜 사회복지 친화적인 생산ㆍ분배체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절차적인 차원에서 공고화되고 제도적인 안정화의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사회구성원의 삶의 조건은 거의 향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한 새로운 글('한미 자유무역협정 정책 비판과 대안적 발전모델')에서 노무현 정부의 FTA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FTA는 한국경제를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수직적으로 통합시키고 악화일로에 있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이미 민주정부의 무능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인은 그의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읽고 그의 주장하는 점을 요약하고 분석하여 비판 및 대안을 제시하여 보고자 한다.


Ⅱ. 책의 구성


  모두 10개장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서 최 교수가 새롭게 쓴 것은 대안적 발전모델을 제시한 이 글이 유일하다. 참여정부 이후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기왕의 발표문들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비판에 대한 반론 등은 없다. 대신 “대안적 발전경로를 담보할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최 교수의 집필 활동의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1부 문제와 관점
    1장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2장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주화 세대의 과제
 
2부 민주주의와 헤게모니
    3장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헤게모니 사이에서
    4장 노무현 정부와 한국 민주주의: 열망-실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나
    5장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디자인 서설
 
3부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위기
    6장 민주주의와 노동의 문제
    7장 한미 자유무역협정 정책 비판과 대안적 발전모델: 하나의 시안
 
4부 공존과 평화의 공동체
    8장 한반도 평화의 조건과 구조: 칸트의 영구평화론의 관점에서
    9장 동아시아 공동체의 이념적 기초: 공존과 평화를 위한 의미지평
5부 결론: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 이념, 과제
    10장 한국 현대사에 대한 하나의 해석: 민주주의자의 관점에서

Ⅲ. 책의 요약 및 비판

  

  1. "한미 FTA의 충격효과, IMF 위기 못지않게 크다"


    (요약) 최장집 교수는 한미 FTA에 대한 지식인, 언론의 나태한 대응을 질타라도 하듯 글의 첫 머리를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는 한미 FTA 추진을 둘러싼 문제라 할 수 있다"로 시작했다. 최 교수는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충격효과가 IMF 금융위기 못지않게 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다"고 토로했다.

   (비판) 그러나 그가 왜 그토록 한미 FTA에 대해서 이렇게 위기감을 갖는 것일까? 그는 "우리가 하나의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때 그 체제는 '스스로 통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가져야 한다. 즉 외부로부터 다른 강력한 정치체제가 부과하는 제약으로부터 독립해서 독자적으로 행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영토 밖 행위자들의 승인 없이는 정책결정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한미 FTA 정책 추진에서 느끼는 최교수의 두려움은 그 충격효과가 경제적이고 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정치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기초를 두어야 할 정책결정의 자율성은 치명적으로 제한받게 될 것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제도·문화·인적 조건을 간과한 발상으로 그 충격효과가 IMF 금융위기 못지않게 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안) 이런 최장집 교수의 우려는 한미 FTA가 결국 한국사회 전체를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고착시킬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에서 왜 사회복지 친화적인 생산 및 분배 체계가 발전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는데, 한국사회에서 영원한민주주의, 평등, 노동의 권익 신장'같은 것을 온전한 민주주의의 발달과정이라는 것으로 우려를 씯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경제의 불균등과 사회 양극화, 더욱 악화될 것"


   (요약)최장집 교수는 "성장잠재력 저하, 사회 양극화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한미 FTA를 추진해야 할 근거로 동원된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을 불러들이는' 이 쉬운 방법을 모르고 그간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상응하고 한국적 조건에 부합하는 대안적 발전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괜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된다"고 꼬집은 뒤 본격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정책을 비판했다.
   
(비판)최 교수는 이와 같은 정부의 논리는 '개방이 안 돼서 문제이고 한미 FTA로 개방이 이뤄진다면 생산성 향상과 경제발전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인과구조를 특징으로 한는 것으로(이런 논리는) 더 많은 시장원리와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했던 그 동안의 경제정책과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비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는 "그간 추구했던 정책노선이 가져온 가장 분명한 문제는 경제의 불균등 심화 내지 사회 양극화이고 노동배제적 생산체제의 지속이었다"며 "한미 FTA 정책은 기존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보다 공고히하고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안) 최 교수는 "정부가 성장과 동시에 양극화 해소를 말하고, 한미 FTA 추진의 근거 중 하나로 그것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고 홍보함에도 불구하고 그 인과논리는 그저 상정된 것일 뿐 현실화될 가능성이나 설득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한미 FTA는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적 미국경제에 전면적으로 개방 내지 통합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성장이 계속되더라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요약)최장집 교수가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성장 중심론'이다. 최 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성장의 둔화를 걱정하고 그 원인을 따지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충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동안, 제조업이 급격히 약화된 산업구조와 분절화된 노동시장 체제(정규직-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빈부격차 및 양극화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판)최 교수는 "그들에게 양극화 문제는 성장둔화의 결과물일 뿐 그 인과관계가 역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은 매우 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주요 정책결정자들은 성장의 분배효과(성장이 가져다주는 '넘쳐흐르는 효과', '윗목-아랫목'론)에 대해 일방적으로 과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장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최고소득 집단은 언제나 제일 앞서고, 중간은 언제나 중간이고, 제일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은 언제나 맨 뒷줄에 서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것은 성장에 따른 분배의 문제를 억지로 끌어져서 논리의 비약을 이루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안) 성장이 계속되면서 최고소득 집단만 소득이 크게 높아지고 중간과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은 비슷해지거나 더 적어지는 경우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의 증대의 합일이 매우 중요하며 오늘날의 경제지표들은 이런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4. "서비스업 개방되면, 미국의 '사회적 붕괴' 전철 밟을 것"


    (요약) 최장집 교수는 '한미 FTA를 통해 대외개방이 생산성을 제고하고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노무현 정부의 논리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제조업은 완전히 개방돼 생산성이 높고, 서비스 산업은 개방되지 않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식의 논리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신빙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미 FTA와 관련해 정책결정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산업'이라는 말은 서비스업 전체를 지칭하기보다는 금융, 컨설팅, 의료, 법률, 기술정보 등 서비스업의 최상층 부분을 의미하고, 일자리 규모로 보자면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아주 일부분만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최장집 교수는 더 나아가 "서비스업이 결코 한국경제 성장의 출로가 될 수 없다"며 "미국에 대한 개방을 통해 세계적인 서비스업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다소 무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서비스업은 노동 그 자체가 소비대상이고 제조업 부문에 있던 낮은 질의 노동력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해오기 때문에 낮은 질-낮은 임금-낮은 생산성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게 된다"며 "한국의 서비스업의 생산성 데이터는 이런 주장을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서비스업은 이들 소수의 상층 부분으로 대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 최 교수는 이런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사회적 붕괴' 상태인 미국의 예를 통해 반박했다. 그는 "미국 역시 상층 서비스업 종사자는 가장 높은 소득층인 반면, 노동집약적 하층 서비스업 부문은 소득 및 계층 구조에서 최하층을 구성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경제의 소득 불평등은 매우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해 미국처럼 서비스업이 재편될 경우는 희박하며 한국의 대다수 자영업과 영세소기업, 기타 서비스 직종은 어떤 면에서는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대안) 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기반이 이미 허물어진 상황에서 확실한 근거도 없이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를 정부에서 너무 강조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세워 서비스업이 개방되더라도 중소기업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국내 생산체제로부터 나오고 그에 기반을 두는 '내발적' 발전 전략 즉 "성장정책과 산업정책, 노동 및 복지를 위한 사회정책이 만날 수 있는 발전의 틀, 그 속에서 성장과 고용증대가 병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장이 양극화 해소 내지는 완화에 기여하고, 또 반대로 양극화 해소가 성장에 기여하는 산업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5. 한국경제, 신자유주의적 미국경제에 전면통합 경고


   
(요약)최 교수는 한미FTA 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일반 국민과 그 정책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될 사회집단을 소외시키고 대통령과 몇몇 기술관료들이 중대 정책사안을 '폐쇄회로적 방법'으로 결정하는 권위주의 체제에 전형적인 기술관료적 결정방식을 닮은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정책결정자들이 견지했던 신자유주의 비전과 한미FTA 추진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정책은 더 많은 시장원리와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했던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 이상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즉 "경제의 불균등 심화 내지 사회양극화, 노동배제적 생산체제의 지속"을 초래한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비전의 최종판이라는 것이다.
  
(비판)최 교수가 한미FTA 정책의 신자유주의 독트린에 입각해 운영해온 기존의 경제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세계무역질서와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그러한 논리는 그저 상정된 것일 뿐 현실화될 가능성이나 설득력은 전혀 없다.

    (대안) 정부의 논리와 정반대로 최 교수는 "한미FTA가 결국엔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적 미국경제에 전면적으로 개방 내지 통합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이해는 "IMF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화를 민주정부들이 적극 수용하여 긍정적인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정책을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6. "사고와 가치체계의 미국화가 심화될 것"


   (요약) 최 교수는 "서비스산업에서 개방수준과 생산성 저조가 함수관계를 갖는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신빙성이 약하다"며 한미FTA를 통해 고급서비스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정부측 주장을 일축했다.
  최 교수는 "정책결정자들이 한미FTA와 관련해 언급하는 '서비스산업'은 금융·컨설팅·의료·법률·기술정보 등 서비스산업의 최상층 부문을 의미하는데 일자리 규모로 보자면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아주 일부분만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체 서비스산업은 이들 소수의 상층부분으로 대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 최 교수의 "양국간의 격차가 극히 심한 조건에서 한국의 개방 업종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위계적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은 한국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이 결집돼있는 이 분야 종사자들을 이해 못하는 것으로서 가치체계가 굳어져서 이러나는 일부 학자들의 마인드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대안)최 교수는 "미국에 개방, 통합된 서비스산업이 가져올 경제 전체에 대한 효과 또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고기술·고부가가치의 창출과 높은 소득 수준의 계층을 조성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 전반적인 고용증대나 양극화를 완화하는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과거의 노동배제적 노사관계를 민주화하고 이를 기초로 대안적 생산체제를 발전시키는 일을 하여야 할 것이다.

7. 유럽의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을 한국적으로 수용하자?


   
(요약) 최 교수는 한미FTA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전경로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며 '대안적 발전모델'의 밑그림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 교수가 제시한 '대안적 발전모델'은 "성장정책과 산업정책, 노동과 복지를 위한 사회정책이 만날 수 있는 발전의 틀, 그 속에서 성장과 고용증대가 병행하고 이것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며, 반대로 양극화 해소가 성장에 기여하는 내발(內發)적 산업발전 모델"이다.
  노무현 정부가 초기에는 유럽식 모델을 선호했다가 한미FTA 추진 등을 계기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을 한국적으로 수용하자는 제안으로 들린다.
  
(비판)이는 중소기업의 강화와 발전을 동반했던 과거 권위주의 산업화 모델이 민주정부의 집권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모델로 전환돼 사회양극화 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새로운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일을 무시내지는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안) '대학교육의 개혁'이 중요하며,  "교육의 공급구조와 사회의 수요구조를 동시에 변화시키지 않는 한 교육개혁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체제와 노사관계 그리고 복지의 개념을 통해 교육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수요측면에서는 제조업 중소기업을 강화하는 생산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공급측면에서는 교육제도의 개편, 즉 복지제도와 연계해 산업·기업 특수적 기술교육을 제공할 기술전문학교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 적절한 중간모델의 개척도 가능


  
 (요약) 최 교수는 "정부·기업·사회가 어떻게 노동을 파트너로 수용하고, 기업-노동 간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그것은 노사정 3자 협의의 틀로서 제도화되는 코포라티즘(corporatism)의 발전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는 "분배적 협약을 중심으로 했던 전통적 코포라티즘"이 1980년대 이후 유럽 복지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종래의 '분배동맹'과 균형을 이루는 '생산성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경쟁적 코포라티즘'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방향의 대안이 개척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안적 발전경로를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판)하지만 최 교수는 ▲노동이 배제된 정책 결정 ▲노조조직률의 지속적 하락 ▲형식으로만 존재하는 노사정 대표체제가 현존하면서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의 구조나 기반을 그대로 둔 채, '선진 통상국가' 실현이나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조성 등의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되는 것이다.

    (대안)"정치적 대표체제가 사회적 요구를 얼마나 폭넓게 대표하는가에 따라 여러 다른 유형의 기술-교육-생산-성장-복지-노사관계의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오늘날의 한국적 조건에서 유럽모델의 실현이 가능하다면 그것 역시 환상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사회·정치적 계기를 통해 미국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고착화되는 것을 억제하고 사회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적절한 중간모델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Ⅳ. 결론

  

  대의제 민주주의가 현대 정치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민중이 스스로 직접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선출한 대표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영역에서 통치자의 행위가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대표체제의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
  민주화 이후 정치는 사회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선거전문가들의 쟁투장이 됐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던 중산층 중심의 세계관도 급격히 약화됐다.
  최 교수는 책 속에서 보수적 양당제로 일관된 정치 체제가 1987년 이후 시민들의 실망과 무관심을 불러온 원인이었음을 드러낸다. 이때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정당 구조의 민주화와 더불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가치를 내면화한 민주적 시민이다.
  지난 8월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권자 다수가 시민권의 행사를 거부한 ‘참여의 위기’는 현재 정당들이 시민 의사의 진정한 대표자일 수 있느냐는 ‘대표성의 위기’를 불러온다. “사회적 기반이 없는 정치적 대표체계와 이들에게 대표되기를 거부하는 비투표 유권자 사이의 균열”은 해방 이후 지속되어온 보수적 양당체제의 결과다.
  분단국가를 제도화한 첫번째 선거에 여러 정치세력 중 이승만 그룹과 한민당만이 참여했다. 자유당과 민주당, 민주공화당과 신민당을 거쳐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까지 이어진 양당체계는 기득권을 가진 보수층만을 대변해왔다.
  그 결과 권위주의 집권당이 야당보다 더 개혁적인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만 정부 시기에 수행된 토지개혁을 야당인 한민당·민국당은 저지하려 했다. 또 박정희 시절 민주공화당이 근대적인 조직 구조를 갖추고 산업화를 추진하는 동안, 신민당은 당내 계파 중심의 보수적 명사 정당이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이행 이후에도 보수 일변도의 정치 구도가 유지된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4·19 혁명과 6월 항쟁 과정에서 구체제를 무너뜨린 것은 민주화 운동이었지만, 민주주의를 제도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사이의 협약이었다는 데 있다.
  개혁의 이슈를 제기한 세력은 소외되고, 개혁은 제도권 내 보수적 정치인들에 의해 위로부터 선별적으로 채택됐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수동혁명’ 개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냉전 반공주의 기반의 보수적 정당 체계는 서민과 노동의 배제를 특징으로 하고, 사회적 갈등·균열이 복수 정당 간의 경쟁으로 통합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최 교수는 노무현·정몽준 현상을 “물이 끓고 있지만 다른 출구가 없으면 갑자기 터지게 되는 이치”에 빗대지만, “영웅적 해결자를 갈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결국 문제는 정당 구조의 민주화다.
  권위주의에 대항한 투쟁의 과정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이나 시민적 휴머니즘 같은 자유주의적·공화주의적 가치를 발전시킬 여지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인간 유형은 민주화 이후의 세계를 이상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도덕적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총체적 인간’이다. 이들이 실제 민주주의를 대면하면서 실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고, 그 결과 지난날의 자신을 부정하며 단절을 꾀하게 됐다.
  최 교수는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 불참은 전시대의 ‘총체적 인간’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하고,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적 정치과정에 적극적이되 자율적 가치와 내면세계를 가진 민주적 시민, 즉 ‘부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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