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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애인인가?(장애인의 달에 느끼는 단상)

박풍규 2009. 4. 9. 17:19

누가 장애인인가?

 

매년 4월 장애인의 날을 전후하여 각종 매스컴이나 신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장애인의 대우가 어떻하구, 복지정책이 어떻다는 둥, 모두들 한마디씩 하다가, 몇 달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지금과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조용하고 점점 더 모든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나 또한 평상시 장애인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다가 어느 토요일에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중 KBS의 “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에서 한 장애인에 대한 사연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장애를 입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장애를 입은 아버지는 12살짜리를 포함한 4명의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는데 두 손을 모두 잘려 뭉뚝한 팔을, 보통사람들보다 짧은 팔 두 마디만을 가진 4명의 아이의 아버지였다.

그 짧은 뭉뚝한 팔로 아내와 이혼한 후 어린 네아이의 밥을 해서 먹이고, 빨래며 온 집안일을 꿋꿋이 해나가는 아버지였다.

그 장애인은 어떻게 해서라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전에는 우유배달을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 인 즉은 우유를 배달하는 도중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다음날로 우유배달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자신의 그 흉측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김없이 우유배달을 끊고 다른 곳으로 주문을 하더란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었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나, 편견은 너무나 크고 두꺼운 벽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상황을 보고 고정 출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들은 누구나 다 예비 장애인이라고”.

그렇다. 나나 내 주변사람들이나, 모든 사람들은 언제 장애를 입을지 모르는 예비 장애인이다. 나를 비롯하여 사랑하는 많은 친척 중 시력이 나쁜 분들은 장애 부위만 다르지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글씨하나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장애인 인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해서 장애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해서가 아닌, 선천적으로, 또는 대부분 교통사고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아야겠다.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좀 더 불편할 따름이다.

눈이 보이지 않아 좀 불편하게 생활을 할 따름이고, 팔이 없어 남들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따름이지 나와 다른 게 하나도 없는 그네들의 모습이다.

몇 년 전 대구 지하철사고를 일으킨 범인도 장애를 입은 사람으로 주변사람들의 편견 및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느껴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듣고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사람을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장애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난 아이를 자기 자신을 위해 서슴없이 버리는 사람들보다 비록 앞을 볼 수 없지만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어린 아들을 사랑을 가지고 키우는 아버지가 더욱 자랑스런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장애인의 날, 장애인의 달만 장애인을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지 말고, 일년 365일, 매일 매일을 장애인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는 나 자신, 내 가족처럼, 장애인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또한 한 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나를 포함한 사회의 지식층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우리보다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더욱 더 힘써 주시고, 애써주시기를 기대하여본다. 이러한 기초적인 마음이 있어야만 진정한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이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