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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와이프 일기장

박풍규 2008. 5. 1. 14:51

sgo#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초등학교시절 지금 생각하면 "황순원"의 소나기를 배우고 난후 되살려본 기억에서 나에게도 그런 소낙비를 맞아본 어린시절이 있었던것 만 같다..

가게방 하나 없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3km나 되는  한시간 이상되는 거리를 걸어다니고 변변찮은 운동화 하나, 좋은 옷 하나 걸치지 않았어도 온세상이 내것인양 활개를 치고 다니던 시절...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면 그냥 신이나고, 옷이 젖어도 신경쓰지 않았던 선머슴 어린 나의 모습.....

그때는 그 비가 그리도 슬프지도, 속상하지도, 서글프지도 않았었다.

그비는 봄이면 새파란 새싹을 돋게 하는, 여름이면 무더운 더위를 씻어주는, 가을이면 짙어가는 단풍잎을 더 짙게 해주는 그런 맑은 비였다..

10살의 나에게 느껴진...

 

 

# 중학교 시절....   가끔씩 내게...

 

그땐 가슴이 봉긋 좀 ?아올랐다.. 얼굴도 쉽게 제법 빨개지고, 지나가는 멋진 남학생들에게 혼자 몰래 눈길을 주기도 했다.

그런 중학교 시절 사춘기에 흠뻑 빠져있을당시의 내게 내렸던 비는 엄마에 대한 속상함이 남겨진 비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객지 생활을 한 나에게는 엄마는 나에게 따뜻한 정을 주고, 사랑을 주고, 매일 저녁밤을 함께 해준 그런 엄마는 아니였다. 땅 몇마지기에 온 일생을 바치면서 자식4명 공부시키겠다는 신념하나만 가지고 하루종일 흙밭에서 온몸을 맡기신 분이었다..

그런 엄마한테서 더이상을 기대할수 없는걸 일찍 깨달았으면서도 가끔 눈물나도록 속상한적이 있었다.

그날 아침은 햇살이 유난히도 화창했는데 반겨줄 사람 없는 집으로 돌아갈 당시 비가 참 많이도 쏟아진것 같다.

그런날은 난 변함없이 비속에 내몸을 맏기곤 했는데.. 우산하나 손에 부여잡고 딸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엄마의 모습에서 나의 엄마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지는것이 그때는 아직 어리긴 어렸나보다.

가끔 꿈속에서나 상상해볼수 있는것을,그때는 오지 못할 엄마를 왜 그리 기다렸는지.....

어린소녀의 가슴속에서 눈물방울이 맺히곤 했다..

 

 

# 내나이 18... 삶을 느낄무렵...

 내가 부여잡고 싶어도 시간은 저절로 흘러만갔다... 아니 그당시에는 빨리 커서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너무나 바랬던것 같다.

어느순간부터 비는 내 삶속에서 같이 하고 있었다. 부모의 삶이 그러했듯이 나의 삶도 부모와 함께 그 삶에 동화되어갔다.

어리다고만 할수 없던 내나이 18... 이젠 제법 몸매도 어른스러워졌다... 너무 쉽게 상처받기도 하고, 너무 쉽게 감동받기도하고 감수성이 제일로 예민할때였다..

똑같은 나이 또래인 친구들과는 달리 난 막내티를 낼수도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던것 같다.

그 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것같다.

난 내 태생이 흙에서 태어나고 흙과 함께 살았고, 지금도 나의 부모님은 여전히 흙과 함께 살아가고 계신다.

그해 여름과 가을, 유난히 많이 내린비로 내 사랑하는 부모님의 농사가 모두 망치고 말았다. 넓디 넓은 포도밭에서 다 익은 포도가 터지고 썩어가는 모습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부터 난 10년가까이 비가 많이 와도 걱정, 적게 와도 걱정...  그 좋아하는 비에 내색한번 못하고 근심을 싣고 살아왔다.

비는 나에게 ?을 깨닫게 해준 친구다....

 

 

# 천방지축 스무살...

 

 하나도 두려울것이 없었다.. 모든걸 할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창 의욕과 열기, 그리고 원대한 꿈이 있었다.

 철부지 어린 여대생이 그해 봄 내린비에 절제하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캠퍼스 새파란 녹음이 짙어가는 봄날 봄비는 유난히 사랑스러웠고, 캠퍼스 고개를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은 생명수 같았다..

 양손에 신발을 벗어 들고, 양말을 벗어 맨발을 드러내고 단착인 친구와 비를 맞으며 걸었다..

 그날은 유난히 행복했다..  내가 하고 싶은것을 할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는것을 조금 깨닫게 해준 하루...

 철부지 여대생을 본 선배가 던진 한마디가 기억난다... " 그런 너의 모습이 부럽구나"....

 

 

# 비를 사랑하다..

 

 비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음악이 없으면 무의미해지듯이 비도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비를 보면 주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비에 내가 살아온 길을,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정말이지 너무 비를 좋아하게 된 후 한남자를 만나 교제를 하고... 여전히 비에 대한 내 감정을 숨길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이에 맞지않게 철부지였는지 결혼을 앞두고 남자가 이런 말을 내던진다.

 " 결혼하고 나서 아이낳고, 비온다고 아이 내팽겨두고 비맞으러 간다고 할까봐 걱정이네..."

 하지만 나를 닮은 아이도 비를 좋아할테니 걱정할일이 아닐것임을 속으로 생각했다..

 

# 이국에서의 비...

 

 내가 태어난곳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내가 밟고 있는 땅덩어리도 무지 큰줄만 알았는데 더 큰 세상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나 가야했고, 가도가도 끝이없는길이 있었다.. 푸르른 나무는 하늘 높은줄 몰랐고, 하늘은 더 없이

 넓고 높아보였다...

 모두 내 눈에서 새로와보이기만 했는데, 신기해보이는 그 나라에서 또한 내가 사랑하는 것을 만났다..

 여행중이라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내나라가 아닌 이국에서의 비오는 모습또한 너무나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그 넓은 공원을 촉촉히 ?셔주는 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소리없이 떨어지는 모습, 그 중간중간에 함께 해준 여행동반자...

 하마터면 비속에, 행복속에 정신을 잃을뻔했다....

 영원히 기억에 남겨질 서른해의 비......

 

#..겨울비...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밀린업무에 열중했다. 선거인명부 대조하고, 보고할것 정리하고... 그러던중 땅바닦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참 겨울비 치고 비소리가 크구나 생각을 했는데 착각을 일게한것은 비가 아니고 싸래기 였다..

그렇다. 겨울비는 소리를 내지않고 내린다... 잔잔히 일년동안의 일을 되살릴 수도 있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수도 있고, 가슴시린 기억을 꺼낼수도 있게 잔잔히 소리없이 내린다.

그게 내가 기억하고있는 겨울비의 모습이다.

오늘도 흐린 겨울하늘에 비를 내려주고...... 그 비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때론 가슴에 남아있던 내 삶을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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