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좋은책

[스크랩] ** ★`밤의 공중전화` 그리고 지독한 사랑 ★ **

박풍규 2006. 12. 11. 23:11

2006년 12월 6일 (수) 10:32   파이미디어


 

`밤의 공중전화` 그리고 지독한 사랑

 


"이게 내 살과 뼈와 피이니

그대는 받아먹으시라.

이게 그대의 살과 뼈와 피이니

내 입은 그대를 먹느니" <몸>- 채호기

[북데일리] <밤의 공중전화>(문학과 지성사. 1997)는 채호기의 첫 번째 시집인 <지독한 사랑>(문학과 지성사. 1992)처럼 ‘지독한 사랑’을 노래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과 뼈와 피를 섞고 서로의 살이 되어감과 동시에 껍데기가 되어 둘이 아닌 하나의 육체로 합일화 되어간다.

그의 글쓰기는 잔인하게 한 사람을 사랑해온 러브 스토리였다. 시집 한권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루었던 <슬픈 게이>(문학과 지성사. 1994)나 수련(睡蓮)에 대한 예찬을 담은 시집 <수련>(문학과 지성사. 2002)은 모두다 하나에 대한 예찬이거나 혹은 에둘러서 누군가를 갈망하는 애절하면서도 육체를 불사르는 뜨거운 사랑이었다. 그의 글쓰기는 육체를 통한 사랑을 언어로 승화시킨다. 또한 여타의 사랑에 대한 일반관념에서 벗어나서 그만의 사랑에 관한 철학을 시 안에서 노래했다.

채호기는 자신의 글쓰기를 시를 향해가는 도정이라고 말한다.

“시는 늘 불가능을 향해 뜨거운 구애의 눈길을 던지는데, 또한 그 불가능은 ‘가능하지 않음이’ 아니라 ‘가도 가도 가능함에 다다르지 못함’이다. 아시다시피, 그 채워지지 않는 도정이 바로 아름다움이 솟아나오는 지점이다.” - <수련> 中 시인의 말

그는 그 도정에서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영원한 현재에 대해서 말한다. 영원한 현재를 말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추억과 기억이 없다. 앞과 뒤의 시간이 따라오지 않는 오로지 현재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채호기의 시들은 추억과 기억을 제외해버리고서 현재를 영원히 붙들려고 한다. 그리고는 독자에게 소리친다.

“끔찍하다. / 내 살 속에 사람이 들어있다. ”-본문 21p

<지독한 사랑>에서 표현한 것처럼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정신을 넘어서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금 자신의 생각을 반복하여 자신의 살 속에 사람이 들어있다고 말함과 동시에 ‘성기 달린 책’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독자와의 혹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어떤 ‘님’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합일을 갈망한다.

그의 사랑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눈으로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것을 꺼려한다. “눈길은 거리를 두지만 손길은 강한 접착력으로 언제나 붙어버린다.”는 그의 말은 그리움은 눈으로 들고 사랑은 손끝에서 작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랑의 감정이란 손을 통한 혹은 접촉을 통한 상호교환에 있기 때문이다. 손과 손이 맞닿을 때 혹은 손의 깊음과 울림을 느낄 때 심장으로부터 타전되는 맥박의 모스 부호를 읽을 수 있다. 그의 사랑은 결합을 위한 도정이다.

사랑의 시작이 시작되었다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밤의 공중전화>는 공허하게 울리는 밤의 전화벨 소리처럼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왜냐하면 채호기의 사랑 노래에서는 소멸과 생존이 공존하면서 서로 그것을 순환하기 때문이다.

‘고통은 당신의 몸’이란 표현처럼 사랑을 블랙홀처럼 표현한다. 그리고는 고통의 악순환을 노래한다. 당신을 잡고 싶어서 다가서면 당신의 순수함에서 눈이 멀어버려 당신을 바라볼 수 없다. 그리고 그 현실에 괴로워하며 그리워한다. 고통이 탈색되어 그리움이 되어버리면 그 그리움이 다시 고통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랑을 하기에 인간이 새롭게 재생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서 그리워하고 고통스러워해서 다시금 나란 존재는 소멸된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이자 통로이지만 그 통로는 검고 어두워서 사람들은 그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아리아드네의 실도 이때는 소용이 없어진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고통이고 미로이다.

사랑의 시작에서 고통이 따르고 그래서 그 고통으로 인해 내가 죽으면 당신은 내가 죽을 무덤이 된다. 곧 어떠한 대상에 대한 사랑은 죽음으로 가는 미로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종결된다. 절망적이다. 어디에도 희망이란 없단 말인가? 그렇게 죽기 살기로 사랑한다면 다시 출구로 나가야된다. 이 때 그 탈출구는 다시금 그녀가 된다. “너의 입은 내 몸의 탈출구”라고 말하며 다시금 그녀에게서 벗어나지만 지독한 사랑은 다시금 사랑을 갈구하여 이제는 완전히 그녀의 뼈와 살이 되겠다고 말한다.

“오! 내가 얼마나 네 몸, 그 자체이기를 바라고 바라는지 네가 안다면.”-65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랑의 궁극적 완결은 무엇이란 말인가? 악순환의 반복을 끊을 자구책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걸쭉한 액체 속에서 너란 건 항상 나와 뒤섞여 있는 것.”-p41

사랑은 고통이며 미로이다.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완전히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들것이다. 채호기는 그런 사랑을 살에서 감각을 얻어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잔인하지만 애절하게 무엇인가를 갈망한다. 아직 다다르지 못한 목마름으로 시를 노래하는 시인의 심정과 사랑을 노래한다.

[북데일리 이도훈 시민기자 mbc7980@naver.com]





매일매일 재미있는 책읽기 '북데일리' www.bookdaily.co.kr
제보 및 보도자료 bookmaster@pimedia.co.kr <저작권자 ⓒ 파이미디어 북데일리>

출처 : 끝없이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
글쓴이 : 릴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