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여행

[스크랩] 1박2일, 서해와 사랑에 빠지다

박풍규 2009. 11. 11. 11:45

.[데일리안 경기 박지영 넷포터]

◇ 김포 대명포구의 한적한 모습. 바다 건너는 강화도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포구로 돌아오는 작은 고기잡이 배가 운치를 더한다. ⓒ 끼뉴스 임대호

‘허당승기’와 ‘은초딩’이 나오는 1박2일 이라는 TV프로그램이 요즘 인기다. 생 야생 프로그램이라는 1박2일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다 보면 문득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쾌한 이들과 1박2일 여행을 떠난다면….

1박2일 알차게 다녀오려면 우선 가까워서 도로에 허비하는 시간과 정력을 줄여야 하고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쏠쏠찮아야 하는데, 어디로?

강과 바다와 산을, 거기다 약효 뛰어난 온천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다. 막히지만 않으면 서울에서, 근교 경기도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곳. 경기도 김포다.

김포는 섬 아닌 섬이다. 도시 3면이 한강과 서해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접하고 있는 동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강화와 접하고 있는 서쪽으로는 염하강과 서해바다가 있다. 북쪽은 북한의 개풍군과 접하고 있는 DMZ 지역인데 역시 한강이 둘러싸 흐르고 있다.

애첩 애기의 사랑 얘기가 묻힌 ‘애기봉’
강화 통진 방면의 78번 국지도인 강변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애기봉에 닿는다. 중간에 56번 국지도로 갈아탄 다음 애기봉 표지판을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놓치고 문수산 쪽으로 가기 쉽다.

◇ 순애보 사랑을 하다 죽은 애첩 애기의 비문을 관광객들이 읽고 있다(좌).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녁땅. 개풍군의 민둥산과 논이 바로 코 앞에 보인다(우). ⓒ 끼뉴스 임대호

어쨌든 애기봉 도로를 잘 탔다면 한적하고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도로를 볼 것이다. 조선시대 문신 ‘이목’의 위패를 모신 한재당을 지나 한참 오르면 출입신고소가 있다. 이곳에서 출입허가를 받아야만 애기봉에 오를 수 있다.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애기봉이 군부대 내에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출입신청서를 작성해 차량과 함께 근무자에게 확인 받은 후 내려올 때는 검문소에서 출입신청서를 반납해야 한다.

검문소에서 애기봉까지의 길은 어딜 찍어도 여행 잡지의 표지감이다. 전신주나 건물에 가려지지 않은 울창한 나무와 구불구불한 한적한 도로가 드라이브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애기봉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애기봉이다.

◇ 애기봉 오르는 길. 철쭉과 여린 잎들이 피곤한 여행객에 위안을 준다. ⓒ 끼뉴스 임대호
북한이 바로 코앞이다.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보는 망원경으로 보니 논 정리를 하는 한 무리의 북한 주민과 그 옆 산비탈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과 염소가 보인다. 참 신기하다. 멀리로는 웅장한 송악산까지 내다보이는 애기봉 전망대는 분단의 고통이나 이념에 앞서 신기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나저나 ‘애기봉’이란 지명이 참 예쁘지 않은가?
사람 이름에서 따온 애기봉에는 예쁘고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636년 조선 인조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는 사랑하는 애첩 ‘애기’를 데리고 피난을 오게 됐는데 바로 강 건너 개풍에서 감사는 청나라 오랑캐에게 끌려 북으로 가고 애기만 한강을 건너 이 곳 김포 조강리에 머물게 됐다.
애기는 매일 이 봉우리에 와서 일편단심 감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병들어 죽어가면서 님이 잘 보이는 이 봉우리에 묻어 달라고 했단다.

비록 첩이었지만 애기의 순애보는 요즘 만연한 일회성 사랑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여기 애기봉으로 데려와 애기의 사랑 얘기를 들려주며 사랑을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서 쬐끔 협박도 해보는 거다. 애기봉에서 맹세한 사랑을 배신하면 지독한 벌을 받을 것이다… 라고. 너무한가?

그리움이 사무치는 한적한 포구 ‘대명포구’

◇ 대명포구의 어시장. 갖가지 해산물을 둘러보는 할아버지의 품에 안긴 아이는 카메라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 끼뉴스 임대호
대명 포구는 강화도 연안에 마주한 유일한 포구다. 한가로이 갯벌에 배를 대고 곤한 잠에 빠져 있는 어선들과 주위를 배회하는 갈매기떼와 진정한 포구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어시장이 있다.

지금 어시장에는 삼식이, 우럭, 주꾸미, 새우, 숭어, 꽃게, 밴댕이, 병어 등이 한창 나와 있다. 바다가재 라고 불리는 쏙은 만원에 한바구니를 주고 주꾸미와 숭어도 시장보다 싸다.

부들부들 연한 삼식이는 못생긴 외모와는 달리 맛은 일품이다. 기름기가 전혀 없어 매운탕을 끓이면 그렇게 담백할 수가 없고 회 또한 입에서 살살 녹는다. 겨울이 제 철이라 그런지 요즘 삼식이는 좀 비싸다. 매운탕이 4만원. 꽃게는 1㎏에 3만원. 웬만한 회는 한 접시에 만원.

바다 냄새가 코끝에서 가시지 않는 대명포구. 대명포구는, 잡아 올린 생선을 나르기 위해 포구에 정박한 배와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상인들을 보며,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내 마음속의 오솔길, ‘덕포진 그리고 손돌목’

덕포진은 대명포구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치른 역사유적지로 사적 292호로 지정 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덕포진은, 역사유적지에서 느낄 수 있는 위압적인 분위기는 물론 전적지라는 생각조차 전혀 들지 않는, 산책로 같다.

◇ 담백한 국물과 연한 살이 일품인 삼식이 매운탕. ⓒ 끼뉴스 임대호
그렇다고 유적이 훼손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포대 등이 대부분 남아있고, 유적은 신축된 자료전시장에 보관돼 있으며, 발굴 당시 훼손이 심한 부분은 복원하는 절차까지도 완료했다. 포대 위로 잔디가 예쁘게 깔리고 그 잔디 사이로 난 산책로. 문화재와 산책로가 공존하는 희한한 풍경이다.

크게 볼거리는 없지만 바다를 옆에 끼고 구불구불한 황톳빛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그만이다. 손돌의 묘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걷다 오면 마음속의 체증이 가라앉는 듯하다. 마음이 심란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위로가 되는 곳이다.

손돌의 묘는 정작 가보면 묘만 하나 덩그러니 있고 썰렁하다. 하지만 재밌는 전설을 알고 가면 그렇게 썰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손돌목 묘 바로 앞의 좁은 바닷길을 ‘손돌목’ 이라고 하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고려 고종이 몽골의 침입을 피해 강화로 가던 뱃길에서 위험을 느끼자 손돌이라는 사공의 흉계로 판단해 그를 죽이고, 무사히 뱃길을 건너자 이를 후회하여 장사지내 주었다는 이야기다.

이 뱃길목을 손돌의 목을 벤 곳이라 하여 손돌목이라 부르고 손돌의 기일인 음력 10월 20일쯤이면 손돌의 원혼이 바람을 일으킨다 한다. 이때의 거센 바람을 ‘손돌이바람’, 이 무렵의 추위를 ‘손돌이추위’라 부른다.

지금 덕포진은 쑥 캐는 아줌마들로 시끌벅적 했다.

철종임금의 눈병도 고쳤다는 붉은 물, ‘약암홍염천탕’

◇ 덕포진 포대 위로 오솔길이 나 있다. 서해바다가 보이는 이 곳은 최고의 문화유적지이며 산책로이다. ⓒ 끼뉴스 임대호
대명포구 나오면 오른쪽으로 나홀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바로 약암관광호텔이다. 숙박을 한다면 이 호텔에서 하면 좋다. 호텔라고 하지만 시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주중 5만원, 주말 7만원의 숙박료를 받는데 숙박을 하면 온천입장료가 공짜다.

이곳의 온천물 색은 빨갛다. 아니, 벌겋다. 그래서 이름도 홍염천이다. 붉고 짠물이란 뜻이다. 홍염천은 처음 솟아오르는 물색은 투명한데 10분 정도 지나면 공기데 산화돼 붉은색으로 변한다.

지하 460m 깊이의 붉은 암반에서 용출되며 염분과 철분,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고 각종 피부병, 눈병, 관절염, 신경통, 손발이 붓는 병에 좋다. 특히 여성냉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홍염천에도 재밌는 전설이 있는데 내용인즉슨, 이 곳 약산에 사람을 해치는 큰 구렁이가 살았단다. 이 구렁이를 이름 없는 장수가 바위로 죽였는데 바위에 구렁이의 피가 묻어 붉은 바위로 변했단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그 붉은 바위에서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물이 지금의 홍염천이란다. 철종 임금도 이 물로 눈을 씻고 눈병을 고쳤다는, 역사인지 전설인지 모를 얘기도 함께….

영업시간 06시~20시, 자세한 사항은 www.yakam.co.kr, 031-989-7000~9으로 문의.

생 야생은 아니지만 김포에서의 1박2일!

자, 그럼 그 김포를 어떻게 즐기느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눠볼까 한다.

하나는, ①평소 주말과 다름없이 늦잠을 즐기고 느즈막히 일어나 간단하게 아점을 해결하고 12시쯤 집을 나선다. ②북쪽의 ‘애기봉’을 관람하고 30분 거리의 덕포진으로 간다. ③덕포진의 손돌목까지 보고 덕포진 입구의 교육박물관을 둘러본다. ④그리고 가까이 있는 대명포구로 간다. 어시장을 간단히 둘러보고 인근 횟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물론 하루 잘거니 간단히 소주도 곁들여…. ⑤저녁 시간을 즐거운 이들과 아주 즐겁게 보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약암온천 호텔에서 1박 한다.

2일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약암 온천을 즐기고 대명포구 어시장에서 싱싱하고 값싼 해산물도 구입하고 해물칼국수로 아침을 해결한 뒤 집으로 출발하거나 좀 아쉽다면 문수산성 삼림욕장이나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집으로 가면 된다.

◇ 덕포진 입구에 위치한 교육박물관. 1950~70년대 교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옛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이들은 꼭 한번 들러보자. ⓒ 끼뉴스 임대호
또 다른 하나는 온천욕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데, 첫째날, ①정말 일찍 일어나 출발, 이른 아침에 약암온천에서 아침 시간 온천욕을 즐긴 후 ②대명포구와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살피고 ③덕포진에서 느긋이 쉰 후 ④약암온천으로 돌아와 다시 온천을 즐긴다. 둘째날은 애기봉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거나 초지대교 건너 강화도 들러 돌아가는 방법이다.

물론 이는 기자 나름대로 정해본 코스이고, 목적지만 있다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코스대로 다녀도 무방하다. 북쪽에 위치한 애기봉과 문수산성, 조각공원, 그리고 서쪽 초지대교 근처의 약암온천, 대명포구, 덕포진, 교육박물관, 손돌목 등 같은 곳에 위치한 볼거리를 잘 감안한다면 무리 없이 편안하고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경비는 승용차 유류비나 버스비 빼고 덕포진교육박물관 관람료 2천500원, 애기봉 주차료 2천원, 약암온천료 주중 5천원 주말 6천원, 숙박료 2인1실 주중 5만원 주말 7만원(숙박시 온천 무료)이고 식비는 나름 먹는 대로 든다.

요즘은 어딜 가든 꽃이 지천이다. 날씨도 따뜻하거니와 참 돌아다니기 좋은 계절이다. 놀이기구나 편의시설은 없지만, 생 야생 프로그램 1박2일과 꼭 같진 않지만 한적하고 사람 냄새 나는 포구에서, 자연 속에서, 뜨거운 온천물 속에서 원시적인 편안함과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늦잠을 잔 주말에라도, 아님 날 단단히 잡은 주중에라도 김포 대명포구와 덕포진, 한번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잠깐, 김포 덕포진이 15번째 ‘경기도 관광지’로 지정됐다.

가평의 대성리나 양평의 용문산 관광지처럼 이제 덕포진에도 역사문화 체험장, 박물관, 전시장, 한방 SPA, 펜션 빌리지, 가족휴양촌, 전망대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들어선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아울러 대명포구에 ‘대명함상공원’과 ‘애기봉’에도 평화공원을 조성해 관광지를 연계한단다. 2012년에 완공된다.

지금 간직한 순수한 자연을 보존하며 거기에 좀 더 볼거리 있는 관광지로의 개발을 기대해 본다.



/ 데일리안 경기 박지영 넷포터
 


 
출처 : 스팟세상
글쓴이 : 스팟지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