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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문가 5인이 추천한 명당 여행지

박풍규 2009. 6. 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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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인이 추천한 명당 여행지
내 마음속의 명당, 내가 생각하는 풍수


누구나 세상이라는 강물을 숨가쁘게 헤쳐가다가 지쳐서 쉬고 싶을 때 불현듯 가고 싶은 곳이 한두 군데쯤은 있을 것이다. 풍수 전문가, 역사학자, 사진작가, 여행가 등이 직접 추천한 명당을 소개한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김제 귀신사]

귀신사 대적광전 지붕 너머로 바라본 백운동마을은 평화롭다. 백운동마을은 신흥 종교로 위세를 떨쳤던 '증산교'의 본산이 있는 곳으로 기가 모이고 모악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혹자는 이 일대를 명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생각하는 명당은 다르다.
백운동마을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귀신사가 바로 마음속의 명당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절의 배치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제멋대로 내던져진 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질서정연하다. 귀신사는 1992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양귀자 씨의 <숨은 꽃>의 무대로, 문학 기행차 오는 사람이나 나처럼 조용함과 그윽함에 빠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절이지만, 한 번 찾은 이는 그 은근한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마음이 허전하거나 복잡할 때 시내버스를 타고 청도재를 넘어 이곳 귀신사의 돌계단에 앉아 마음을 정리한다. 특히 대적광전 뒤편이 사색 포인트다. 야생 차나무가 듬성듬성한 돌계단을 내려와 세월 얹힌 대적광전의 기둥에 기대어 생각의 날개를 펴본다. 양귀자 씨의 표현대로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라는 절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찾아가면 그곳이 바로 귀신사다.
:: 신정일_사학자

<신택리지>의 저자. 조용하고 사색을 즐기는 편이다. 여행 스타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사색에 잠기는 릴랙스 스타일. 지금도 몸이 지치고 생각이 많아지면 모악산의 품에 안겨 한없이 사색을 즐긴다.

집터 풍수의 전형을 갖춘 명당

[구례 운조루]

운조루는 산기슭에 바짝 붙여 집을 지었는데, 대문 앞으로 계곡 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또 집이 남향이라 햇빛이 많이 들어 양명한 기운이 가득하다. 게다가 뒷동산이 활처럼 굽어 있고 집이 그 안쪽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작지만 좌우로 청룡과 백호가 감싸안은 형상. 대문 밖에는 연못을 파 그 가운데에 섬을 두었다. 이것은 조산인 관악산이 화산(火山)이므로 화기(火氣)를 제압하기 위해 물을 가두는 풍수적 비보책이다. 풍수에서는 주변보다 집을 높거나 크게 지으면 흉하다고 한다.
구설수에 올라 집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 때문인지 운조루는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되다가 현재는 후손이 집을 수리해 살고 있다. 이처럼 완벽한 명당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다행스럽다.
:: 고제희_풍수 전문가

<한국의 묘지기행>의 저자. 평소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그는 마흔 살에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을 정도. 지금도 부지런히 명당을 찾아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닌다.

<정감록>의 삼둔과 사가리

[인제 진동계곡]

평소 도전적이고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내 인생의 큰 즐거움이다. 그런 나에게 오지 중의 오지인 진동계곡은 내게 더없이 좋은 명당이다. 진동계곡은 <정감록>의 '피장처'에 삼둔사가리를 품은 곳으로 등장한 계곡이다.
삼둔은 강원도 인제군의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서편의 산중이고, 사가리는 내린천의 최상류인 진동계곡과 방태천으로 흘러드는 산중의 깊은 계곡이다. 진동계곡은 고갯마루의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곰배령과 연결된다. 또한 이 계곡은 흔히 말하는 아침가리, 적가리 등 사가리를 품고 있다.
진동계곡은 깊이 들어갈수록 하늘은 좁아지고 오른편 산자락에 작은 계곡들이 드러난다. 계곡의 숲 그늘에 앉아 청아한 폭포 소리를 들으며 탁족을 즐기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질 정도. 명당의 조건으로 언급되는 좌청룡, 우백호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면 모두 나의 명당이다.
:: 신성순_여행작가

신삿갓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여행작가. 순전히 여행이 좋아 혼자서 우리 땅 여기저기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외딴 곳으로의 여행> 등 다수의 여행서를 펴냈다.

<토정비결>에도 나오는 명당 중의 명당

[동해 무릉계곡]

자고로 높은 산이 좋은 계곡을 품는 법.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이라는 두 명산의 가운데 골짜기를 흐른다.
계곡의 주산이며 높이도 더 높은 산이 청옥산이지만, 수려한 경관으로 칭송받는 무릉계곡과 이어지는 산은 두타산이다. 세상사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을 때는 무릉계곡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엔 무릉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이 여럿 있지만, 동해의 무릉계곡이야말로 거창한 그 이름에 가장 걸맞는다. 무릉계곡 일대는 <토정비결>에서 '삼풍(삼풍)'으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종자가 떨어지지 않고 화재가 나도 굶지 않을 정도로 물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신록과 어우러진 바위계곡의 비경에 넋을 놓기도 하고 초록 숲을 숨쉬며 오르는 동안 계곡은 줄곧 산책길과 이어진다. 트레킹을 하면서 때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울창한 수목으로 풍경을 수놓는 계곡의 거대함에 넋을 빼앗길 때가 많다. 옥빛 계곡 물을 즐기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완벽한 휴식이 보장되는 곳이다.
:: 홍의경_여행작가

여행이라면 아무런 대책 없이 어떻게든 떠나고 보는 마니아다. <내 마음 속 꼭꼭 숨겨둔 여행지>(공저)를 펴냈다. 좋아하는 여행지도 트레킹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을 꼽는다.

영호남을 잇는 군사 요충지

[남원 교룡산성]

남원의 교룡산성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학농민전쟁을 연구하러 다니면서 처음 찾아가본 곳이지만 여러 번 다니면서 교룡산성이 품고 있는 매력을 하나하나 느끼게 되었다.
해발 약 500m로 높진 않지만 제법 험준한 교룡산을 둘러싼 산성은 한눈에 봐도 사연이 있는 것처럼 범상치 않다.
얼핏 보면 지리산 자락이 시가지를 지키듯 서 있는 남원이지만 시내에 묵직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곳이 바로 교룡산이다. 호남과 영남이 연결되는 교통로였기에 군사 요충지로 중요했던 곳이다. 이런 연유로 전란에 쉽게 휩싸였던 터라 화려하기보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하다.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도 농민군이 방어 기지로 삼았던 곳이고, 관군에 의해 많은 사람이 무참히 죽어간 곳도 이곳이다. 수많은 아픔을 간직한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겐 명당으로 여겨진다.
:: 이이화_역사학자

<한국사 이야기)의 저자. 현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학자답게 활동적이고 호탕한 성격이다. 전통 명당보다는 역사의 인과에 의해 이야기가 섞여 있는 곳을 마음에 담는 편이다.-

[조인스 닷 컴]

출처 : 사오십대 쉼터
글쓴이 : 영변약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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