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조절은 내 체온을 36.5도C로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정교하게 조절됩니다. 하루 2,000칼로리의 에너지를 섭취하고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약 5%의 오차, 즉 하루 100칼로리의 오차만 생겨도 일년이면 체중이 5kg나 차이가 납니다.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식사하는 것도 아닌데 일년전 체중과 지금 체중이 차이가 없다는 것은 내 몸의 정교한 에너지밸런스 조절 시스템이 건강하게 잘 작동된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체중이 늘어나죠. 이를 나잇살이라고 하는데 나잇살은 생리적으로 근육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25세에서 55세까지 평균 10kg 정도 체중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렇더라도 30년에 걸쳐 매년 300g정도 늘어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작은 변화입니다. 물론 음식조절과 함께 신체활동량을 꾸준히 유지해주면 이정도의 변화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체중이 갑자기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이러한 체중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아야 합니다."
■ 체중을 조절하는 두 동력은 '식욕'과 '기초대사량'입니다.
내 식욕은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식욕의 컨트롤러는 뇌에 존재합니다. 뇌에서는 위와 소장을 비롯한 소화기관, 지방조직, 췌장이나 부신 등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과 여러 화학물질, 위의 팽만감 등의 신호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면서 몸 안의 대사속도를 조절하고 음식섭취 욕구를 조절합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혀의 미각에서부터 자극을 받아 뇌로 보내고, 소화기관을 거쳐 단순당, 아미노산, 지방산으로 분해된 영양소들을 체내 곳곳에서 감지하여 그 신호를 역시 끊임없이 뇌로 보냅니다.
■ 식욕조절 시스템은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뇌의 화학물질: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말초조직에서 올라오는 각종 신호들을 받아들여 NPY, AGRP, galanin, orexin 등의 신경펩타이드는 음식섭취 욕구를 증가시키고 CART, α-MSH 등은 음식섭취 욕구를 억제합니다.
2. 식욕조절 호르몬: 위장관에서 ghrelin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허기를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Ghrelin은 음식이 체내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위장관에서 음식이 소화 흡수되면 CCK나 PYY가 분비되면서 포만감 신호를 뇌로 보냅니다. 지방세포와 췌장에서 분비되는 leptin과 insulin은 그 자체가 뇌에 식욕 조절 신호를 보낼 뿐 아니라 체중과 체지방량을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자율신경계: 뇌-위장관-지방조직을 서로 연결하여 신호를 교환하고 전달합니다.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은 위, 소장, 대장, 간, 췌장, 지방세포, 부신피질 등에서 분비되며 뇌는 이들 신호를 받아들이고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한편 이들 말초 조직과 장기에 신호를 내보냅니다. 내가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꺼내먹고 배가 불러 수저를 내려놓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정교한 식욕조절 시스템에 의한 결과입니다. 이 시스템에 작은 오류만 생겨도 체중은 쉽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면? 축적된 지방에서 에너지를 써야 함에도 섭취한 탄수화물 위주로 에너지를 쓰려 한다면? 인슐린이나 렙틴이 제대로 작동을 못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체중증가와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식욕은 우리 몸의 생리적 조절기능의 결과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 만으로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이러한 식욕조절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간단히 테스트 해볼까요?
이전보다 배 주위에 살이 많이 붙었습니까? 단음식이나 당질식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입니까? 식사를 하고난 후에 졸리거나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집니까?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5분량(접시) 미만으로 많이 섭취하지 못합니까? 식이섬유(콩, 채소, 과일, 견과류, 씨앗류, 통곡류)를 하루 30g 미만으로 섭취합니까? 아침식사를 거릅니까? 잠자기 세 시간 이내에 음식을 먹습니까? 하루 수면시간이 평균 7시간 미만입니까? 매 끼니 단백질을 충분히 먹기보다 당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편입니까? 설탕(인스턴트 커피나 자판기 커피)이나 하루에 식사를 두 끼 정도만 먹습니까? 일상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낍니까? |
위 문항에서 네 개 이상을 체크했다면 식욕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비만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병원을 찾으면 문진과 진찰 후 필요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검사를 받게 됩니다.
- 허리둘레, 체지방율 측정
- 혈압 측정
- 공복상태 혈당과 인슐린, 75g 설탕을 섭취하고 2시간이 지난 후 혈당과 인슐린
-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 간기능검사: AST (GOT), ALT (GPT), gamma-GPT
- 만성염증 유무검사: HS-CRP
- 스트레스 검사
■ 식욕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량을 줄이면 내 몸에서는 바로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음식섭취 욕구를 강하게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셋포인트를 낮추려면 이 두 반응을 적절히 해결해야 합니다.
기초대사량의 저하는 운동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셋포인트를 낮추는 동안 생리적으로 나오는 식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필자는 그동안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을 통해 아래의 5가지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이 5계명은 필자의 독창적인 내용이므로 혹시 다른 곳에 소개하려 한다면 반드시
출처(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교수)를 밝혀줄 것을 부탁합니다.
1. 셋포인트 교란물질을 피하라.
2. 몸을 살짝 속여라.
3. 가짜 배고픔에 속지 마라.
4. 스트레스를 조절하라.
5. 영양제를 섭취하라.
1. 셋포인트 교란물질을 피하라.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지금 현재의 체중과 체지방을 어떻게 하든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 셋포인트(체중조절점)는 개인의 타고난 체질과 환경에 따라 결정되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리셋(reset)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이 셋포인트가 조금씩 상향조절되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범인은 바로 단순당, 트랜스지방, 그리고 술입니다.
단순당은 몸 안에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높힙니다.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음식은 인슐린의 과다한 분비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몸안에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다시 식욕이 당기면서 단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결국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고 체중이 늘면서 복부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장병 등의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특히 설탕과 액상과당은 셋포인트를 유지하려는 식욕조절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설탕이 들어있는 인스턴트 커피나 자판기 커피, 액상과당이 들어있는 각종 청량음료 등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식품에 붙어있는 라벨을 잘 살펴보십시오. 설탕, 정백당, 맥아당, 액상과당 등의 표기가 되어 있다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당 뿐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셋포인트를 흔들 수 있습니다. 흰빵, 국수, 찐 감자, 떡 등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먹는 음식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번째는 트랜스지방입니다. 지방은 다이어트의 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방은 당질에 비해 위장관 체류시간이 길고 서서히 흡수되며 포만감이 오래 지속됩니다. 당질처럼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먹는 당질식품의 흡수를 느리게 해주어 당지수(GI)나 당부하(GL)를 낮추어줄 수 있습니다. 유익한 지방, 즉 올리브유, 견과류,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등은 세포막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지방질로 만들어진 세포막은 호르몬이나 화학물질들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인슐린은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수용체에 신호를 주어 세포 내에서 반응이 일어납니다. 오메가-3 같은 지방은 세포 내로 들어가 DNA에 영향을 주어 지방연소를 증가시키고,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키며, 염증반응을 줄이게 해주는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렇다면 피해야할 지방, 즉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포막에 트랜스지방산이 일부 들어오면 세포막 변성을 초래하고 기능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호르몬이나 화학물질들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인슐린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슐린저항성입니다.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렙틴이나 그렐린 같은 호르몬의 작용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 셋포인트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내 몸의 생리적 조절기능이 깨지면서 체중이 늘어나게 됩니다.
술에 대해서는 다음에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2. 몸을 살짝 속여라.
식욕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뇌에 끊임없이 포도당을 공급해주어야 하는 간은 글리코겐 형태로 비축된 당이 줄어들면 배고픈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립니다. 식사를 거르거나 한 끼니를 부실하게 먹게 되면 내 몸은 기아상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우선 기초대사량부터 뚝 떨어뜨려놓고 어떻게든 다음 끼니에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본능적인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냅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에너지밸런스를 (-) 방향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칼로리를 낮추기 위해 무조건 적게만 먹으려 하면 이러한 본능적 신호를 다스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내 몸을 달래가면서 섭취에너지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한다.
식이섬유는 당부하를 낮추어주는 비밀의 열쇠입니다. 식이섬유가 식욕조절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당질함량이 높아도 식이섬유와 함께 들어오면 서서히 흡수되면서 급격하게 인슐린분비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즉 당부하를 낮출 수 있습니다. 둘째, 칼로리밀도를 낮추어주기 때문에 배고프지 않게 먹어도 섭취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소화시간이 길어지고 포만감이 빨리오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인슐린의 급격한 분비를 막아주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면 당연히 식욕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2) 저포화지방 고단백질 식품을 더 섭취한다.
단백질은 당질에 비해 포만감이 빨리 생기고 오래 유지됩니다. 음식으로 인한 열발생도 당질이나 지방보다 높습니다. 함께 섭취하는 당질의 당부하를 낮추어줍니다. 따라서 매 끼니 의식적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평소보다 덜 먹어도 비슷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음식을 조금씩 자주 섭취한다.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체중감량을 할 때에도 끼니를 거르지 말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하루 세 끼 식사에 한두 번의 간식을 추가하면 하루 총섭취에너지가 줄더라도 내 몸은 살짝 속게 됩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으로 한 끼를 추가하고 저녁식사를 일찍 하는 경우 잠자리에 들기 세시간 이내에만 음식섭취를 피하고 그 이전라면 간식으로 약간의 과일이나 견과류, 혹은 채소나 단백질 음식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한번에 섭취하는 양이 적으므로 인슐린의 부담을 덜어주고 음식으로 인한 열발생을 늘려주며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마다 음식이 들어올 수 있게 해주므로 과식이나 폭식을 피할 수 있습니다.
3. 가짜 배고픔에 속지마라.
내 몸안에서 정말로 에너지가 부족해서 나오는 본능적인 배고픔이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습관 때문에, 단음식에 대한 충동 때문에 음식에 손이 가는 것이라면 내 의지로 피해야 합니다. 가짜 배고픔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일단 음식섭취 세 시간 이내에 나타나는 배고픔은 가짜 배고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에는 우선 물을 마시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저절로 사그라들기를 기다려 봅니다. 그래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전 식사량이 적었기 때문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음식을 먹어줍니다.(진짜 배고픔을 그냥 지나친다면 나중에 더 큰 욕구로 나타나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저지방우유 한 잔에 삶은계란 한 개 정도면 허기를 채우면서 단백질 보충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4. 스트레스를 조절하라.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셋포인트를 올리는 원인이 됩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않으면 셋포인트를 낮출 수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체중을 줄여도 곧바로 원래의 체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가짜 배고픔도 쉴새없이 나타나고 밤늦게 허기가 진다든지 단음식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든지 하는 신체 반응을 본인의 의지 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될 때 까지 체중감량을 미루고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나가야 합니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5. 영양제를 섭취하라.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들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이들을 만들어내는 재료가 충분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슐린저항성이나 간기능장애 등 대사이상을 교정해야 생리적 조절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 무리한 다이어트, 과다한 음주나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영양소 결핍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종합비타민제를 따로 복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와 C가 충분한 용량으로 들어와 주어야 합니다. 대사이상을 교정하면서 식욕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는 오메가-3, 알파-리포산, 감마-리놀렌산 등이 있습니다. 음식으로 식이섬유를 충분히 얻기가 힘들다면 식이섬유 제제를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 식욕은 우리 몸의 정교한 에너지밸런스 조절시스템의 한 축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의지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흡연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듯이 비만인구도 줄어야 당연하겠지요.
비만도 흡연 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어난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은 누구나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도 결국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 실패하는 것은 우리 몸의 조절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제시한 5가지 방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식욕을 다스려서 셋포인트를 낮추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식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실패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이고 그 질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전문의들이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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