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예술/이야기

[스크랩] 그지에게 돈을 줘야 하나? (법륜과 혜민의 생각)

박풍규 2012. 12. 30. 08:26

거지에게 돈을 줘야 되나요, 말아야 되나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희들 정토행자가 하루하루 선행 한 가지씩을 하는 것이 있는데
저는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전철 안에서 노약자가 오면 비켜주고
또 동전 구걸하는 사람이 오면 천원씩 보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전에 어떤 아주머니하고 언쟁이 붙었더라구요. 아주머니가 말하기를,

국가에서 생활지원금도 나오고 하는데, 왜 자발적으로 노력을 안 하고 그러느냐고 물었는지..

그 사람은 또 '그 돈만 가지고 어떻게 사냐?' 면서.. 상당히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면서 저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돈 천원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을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망치는 거나 아닌지..
이렇게 혼란스러워서 스님께 여쭙니다.

 

▒ 답

이건 수행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문제예요..
나는 다만 줄 뿐입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그냥 주는 거예요.
그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구걸할 때, 내 마음이 불편하면 주고, 불편하지 않으면 안 줘도 되고..
내가 안 준다고 그들이 욕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준다고 해도 뭐 특별히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자꾸 그 사람들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내 문젭니다.
내가 선행을 좀 해야 하는데.. 선행할 기회를 줬잖아?
그러니까 '아이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천원 주면 되는 겁니다.
그 돈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쓰느냐는 그들 문제고
내 마음에 '안됐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면 주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안 주면 되는 겁니다.

저도 인도 여행하면서 이런 문제에 많이 부딪쳤어요.
제가 JTS를 설립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에 설립한 건데..
아이들이 구걸하는 걸 별로 안좋게 생각하고.. 처음엔 안 주는 나를 보고..
나중엔 마음을 바꿔서 주고.. 또 주는 것이.. 그들이 거지로 계속 살아가는 걸 보고
다시 또 안 주는 걸 선택을 했고.. 그런데 또 안 주고보니, 그들의 생계가 막막한 걸 보고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뇌하다가 찾아낸 방법이..
안 주려고 하는 것은 내가 반성이 되는 거고
준다 하면 내 문제만 해결이 되지, 그 사람에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니까
이것이 나쁘지 않게, 좋게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겠느냐..
그게 이제 병원을 지어 준다거나, 학교를 지어 준다거나 해서..
그 돈이 거지를 만드는 쪽으로 사용되는 게 아니고
뭔가 그들에게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시작한 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구호활동입니다.

우리가 하루에 천원 내는 거.. 그 천원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만약에 만명이 하루에 천원을 낸다 하면 하루에 천만원씩 생기잖아요?
그러면 이제 큰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눈에 보이는 길만 찾으니까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는 길 빼고 다른 길이 없지만
우리가 내 눈에 보이는 걸 넘어서서 힘을 합하게 되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토회에선, 하루에 천원 이상 보시를 하라 하는 것이고
하루에 한 가지 좋은 일을 하라 한 것은.. 보시는 이미 천원씩 내는 걸로 하니까
좋은 일, 선행은 보시보다는 봉사를 뜻하는 겁니다.
짐을 들어주든, 자리를 비켜주든, 화가 나는 걸 참아주든.. 어쨌든
상대를 배려해서 상대에게 이익이 되도록 내가 뭔가 하는 것..
이런 걸 하루에 한 가지 이상씩 하라는 말입니다.
매일 하기 어려우면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봉사를 하든지.. 이런 정신을 말해요.
의도적으로 이렇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늘 자기만 생각하면서 살게 되거든요.
부부지간에도 온통 자기만 생각하잖아요.
늦게 온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 고려하는 게 아니고, 내가 기다렸는데 늦었다는 생각만 하고
집에 있는 아내가 저녁 밥상을 차려 놓고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저녁을 먹었으면 '먹었으니 필요없다'.. 안 먹었으면 12시가 돼도 '밥 내놔라'
오직 자기 욕구밖에 생각을 안 하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부부지간에도 그런데 하물며 이 세상이 어떻겠느냐..


그렇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조금씩 내봐라..
이것이 겨우 바늘구멍 같지만, 점점 커지게 되면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 해라.. 봉사해라..
이런 수행 지침이 주어진 겁니다.
이것은 남을 위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
그럼으로 해서 누가 보람이 있어진다? 내 삶에 보람이 있어진다..
나를 위해서 그러라는 것입니다.

 

 

 

             2 .    거지에게 돈을 줘야 하나요? <혜민스님>

 

인도 만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를 무렵 다람살라에 가려고 했다.
저녁식사 도중 갑자기, 구걸하는 거지에게 돈을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가지고 토론이 벌어졌다.
도반중 한 명은, 자꾸 돈을 주면 구걸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다음 생(生)에도 거지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습(習)을 끊어 주려면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다른 이는, 거지들 대부분이 직업으로 거지생활을 하는 소위 '짝퉁거지'라고 하면서
정작 배가 고파 구걸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도 하였다.


그런데 막상 티벳 큰 스님은 정 반대 의견을 내놓으셨다.
거지들도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부처님들이고
우리들 또한 많은 생을 거치면서 어느 생에는 분명 거지노릇을 한 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다.
보시하는 데에도 자꾸 분별심을 내다보면 도움을 주면서도 아상(我相)만 늘어난다고 하셨다.


더욱이 돈을 받는 거지가 진짜 거지인지 짝퉁거지인지 구분해 가면서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가짜 거지일지라도 전생에 본인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돈 얼마 보태주는 것이 뭐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


실제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 중에,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보시하고나면 나도 모르게 뿌듯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그런 느낌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후에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마음의 여유의 문제이지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넉넉한 부자 거지에게 속아서 돈을 좀 주면 어떠랴..
돈을 건네면서 남이 좀 더 편안하게 살게 되기를 바라는 보살의 마음을 내가 낼 수 있다면
나는 차라리 열번이고 백번이고 계속 속으면서 살아가련다.

 

<혜민스님 '젊은 날의 깨달음'>

 

출처 : 청고49회모임
글쓴이 : 싱그러운 균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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