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예술/사랑하는 당신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낭송 도경원

박풍규 2009. 5. 26. 16:3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낭송 도경원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출처 : ♡。좋은하루‥… 。
글쓴이 : 무공(無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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