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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순창 "민속집" 의 한정식

박풍규 2008. 1. 6. 17:15


순창 '민속집'.
점심저녁 한창 사람이 몰리는 때 한발짝 늦으면 음식냄새만 맡고 공연히 배만 더 고파져 뒤돌아서야 할 만큼 손님이 많다.
홍어탕이니 조기탕이니 다른 메뉴들도 있지만 거개 이곳에선 한정식을 주문한다.
방가운데 놓인 상도 없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한 방에 이리저리 두런두런 둘러앉아 물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보면 드디어 상이 등장한다. 이미 놓인 상위에 반찬을 날라오는 게 아니라 떠억하니 차려져 상이 날라져온다. "상 받으시오!" 하는 양.
상위에 놓인 반찬은 대충 훑어봐도 스무가지가 족히 넘는다.
가운데 청국장을 중심으로 조기구이 갈치조림 돼지불고기 낙지무침 가자미젓갈 감장아찌...
가짓수가 아무리 많아도 내 입맛 당기는 음식 없으면 상위에서 젓가락은 방황하기 마련.

하지만 민속집의 한정식 상에 오르는 반찬은 어느 것이든간에 그 음식이 갖추어야 할 온기와생기를 갖추고 있어 하나하나 젓가락을 다 대보게 된다. 식당 음식의 표준화된 맛, 정없이 깔끔한 맛이 아니라 질박하고 혀에 익숙한 맛이다.
계절따라 반찬들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겨울철 상차림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 반찬. 슈퍼에서 흔히 파는 규격화된 조미김이 아니라 좋은 김 골라 사다 들기름 바르고 맛소금 사르르 뿌려 구운 김이다. 여러장 포개놓은 김위에 이쑤시개 하나 꽂으면 그 밥상은 예전에 귀한 손님 집에 왔을 때의 밥상 풍경이 된다. 그 집주인의 손맛을 알려거든 먼저 김치를 먹어봐야 할 것인데, 김치 역시 시원하고 깊은 전라도김치 맛이다.

이것이 다 박귀님(70) 할머니의 손맛이다. 할머니가 식당을 한 세월은 벌써 40년. 손님이 너무 많아서 좀더 넓은 곳을 찾아 지금의 이 한옥으로 3년전 옮겨왔다.

할머니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데 맛이 달렸다고 말한다. 갈치같은 생선은 여수나 군산에서, 조기는 영광에서, 채소류는 1,6일에 열리는 순창 5일장에서 산다.
근력이 부칠 때도 됐건만 아직도 아들 김흥섭씨와 함께 장을 직접 본다.
된장 고추장 청국장은 모두 집에서 직접 담근다.
민속집의 상차림 중에서 제일 인기있는 것은 연탄불에 구운 조기와 돼지불고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부엌앞 연탄불 앞에서 할머니가 그 일을 한다.
연탄불에 노릿노릿하게 구워내는 조기는 옆에서 넘겨보기만 해도, 그 연기를 쐬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돼지불고기도 연탄불 훈김이 고루 스며들어 고소하고 쫄깃하다.
가스불에 후라이팬 올려놓고 구워내는 것과 댈 맛이 아니다. 조기든 불고기든 암만해도 연탄불 위 석쇠에 올려놓고 석쇠를 아래위 번갈아 뒤집어가며 뙈작뙈작 구워내야 제맛인 것이다.
늘 이제 금방 새로 만든 것 같은 반찬도 민속집이 손님을 끄는 비결이다.
"우리집은 손님이 워낙 많응께 그날 만든 음식이 남을 새가 없네. 그래서 날마다 새로 맹근께 맛있는 거제. 저녁때면 반찬이 떨어져서 손님 못받을 때도 많어. 상에 올리는 스물몇가지 반찬중에 한가지라도 비면 맛이 안난께 반찬 떨어지면 나는 손님을 안받아부네"

메뉴(가격)
한정식=1인당 8,000원, 홍어탕·조기탕=3만원(4~5인분), 비빔밥=5,000
출처 : ♡。좋은하루‥… 。
글쓴이 : 여우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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