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사 찾아 떠나는 여행
겨울 산사(山寺)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힘이 있다. 눈 덮인 일주문을 들어설 때면, 거창하게 해탈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쓸데없는 아집은 미련 없이 실어 보낼 수 있다. 가까운 절 집을 찾아 그윽한 풍경 소리 듣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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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진주'로 불리는 변산반도의 정신 세계를 지켜온 내소사(來蘇寺)는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겨울에 더욱 더 빛나는 절 집이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에 눈꽃이 만발하다. 파란 나무숲과 하얀 눈의 조화가 아주 감동적이다. 흰 눈 내려 앉은 나지막한 돌담과 삼층 석탑도 정겹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낸다는 950살 먹은 '할아버지 당나무'도 온몸을 하얗게 단장하고, 화려하면서도 소탈한 멋으로 잘 알려진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꽃창살 문양도 눈이라도 내린다면 눈밭에 핀 꽃송이가 된다. 기왕에 변산반도로 들어섰으니 반도 일주를 곁들여 보자.
겨울 바다를 품고 있는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밀물 때는 수평선에, 썰물 때는 널따란 갯벌에 마음을 빼앗긴다. 저녁 무렵이라면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어디든 괜찮지만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채석강(採石江) 일몰은 서해 3대 낙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수만 권의 고서적을 쌓아 놓은 것 같이 보이는 해안 절벽도 장관이다. 썰물 때면 바다 바람과 파도가 오랜 세월 동안 빚은 해식 동굴도 구경할 수 있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23번 국도(부안 방향)→3km→보안면 소재지(좌회전)→30번 국도(진서 방향)→5km→삼거리(우회전)→내소사. 줄포IC에서 20~3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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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철저한 아웃사이더 정신으로 일관했던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ㆍ1435~1493)이 마지막으로 몸을 기댄 절 집이다. 깊은 산 속이 아닌데도 겨울 풍경은 제법 그윽한 맛을 풍긴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읽던 책 다 불태운 매월당. 이후 팔도를 떠돌다가 기력이 쇠잔해진 말년에 무량사(無量寺)에 들어온 그는 1493년 59세의 일기로 한 많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부도는 무량사 일주문 개울 건너에 있는 무진암 근처 부도 밭에 있다. 매월당이 생존 시 그렸다는 자화상이 경내에 보관되어 있다.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한 수작이라는 평가다.
극락전(보물 제 356호)은 무량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겉에서 보면 2층 건물인데, 내부는 위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 있지 않고 하나로 통해 있다. 현판의 글씨는 김시습 친필이라 한다. 극락전 앞에 세워진 5층 석탑(보물 제 185호)에선 이 지역 탑의 전범이 된 정림사지 5층 석탑의 양식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백제는 망했어도 석공의 유전자엔 백제의 혼이 면면히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5층 석탑 앞에 있는 석등(보물 제233호)은 1971년 보수 공사를 할 때 지하에 매몰되었던 4각형 지대석가 발견된 덕에 원상대로 복구할 수 있었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36번 국도→보령→40번 국도(부여 방향)→성주터널→성주→외산 삼거리→좌회전→무량사 주차장. 대천IC에서 30~4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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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귀성객이 들르기 수월한 여주의 신륵사(神勒寺)는 독특한 재질의 탑들과 남한강변에 자리잡은 덕에 전망 좋은 정자가 돋보이는 절 집이다.
남한강은 조선시대까지만 지금의 고속도로나 철도 역할을 해냈기 때문에 이 남한강 물줄기를 국도(國道), 곧 '나라의 길'이라 했다.
그 물길 중 나루터가 열 두 군데나 있었다는 여주를 대표하는 절 집 신륵사는 뜰 앞으로 여강 물길이 흘러가고 있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신라 때 창건된 이 절 집은 조선시대에 세종의 능을 이장할 때 왕실의 원찰이 되면서 크게 중흥했다. 유서 깊은 천년고찰답게 신륵사엔 나라의 보물이 일곱 점이나 있다.
그 가운데 독특한 재질의 탑이 단연 돋보인다. 흔히 보는 화강암이 아니라 대리석으로 우아하게 다듬은 조선 전기의 다층석탑(보물 제225호)과 현존 유일의 고려시대 전탑인 다층전탑(보물 제226호)이 그것이다.
또 절 동쪽 강변 풍광 좋은 자리 나옹선사를 화장했던 곳에 세워진 아담한 삼층석탑 옆에는 강월헌(江月軒)이라는 정자가 있다.
▲ 교통
영동고속도로 여주IC→37번 국도→여주→여주대교→신륵사. 여주IC에서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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