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예술/이야기

[스크랩] 이해인 수녀님 법정 스님의 편지

박풍규 2006. 9. 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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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맑은 편지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며칠 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이 남기는 것들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 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 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테니까요.
[법정 스님의 밝은 편지]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며 - 명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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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생비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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