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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봄망울 터뜨린 거제 ‘여차~홍포’3.5㎞ 해안길을 따라

박풍규 2009. 2. 8. 09:11

남녘엔 벌써 봄이 피었습니다
봄망울 터뜨린 거제, 올 첫 매화 개화… 지심도엔 ‘동백꽃 터널’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바다를 건너온 꽃소식이 이제 막 남쪽 해안에 당도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초교 교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세 그루의 아름드리 매화나무에 순백의 매화가 꽃망울을 환하게 터뜨렸다. 이런 풍경을 만난 것이 닷새 전이니, 지금쯤 가지마다 꽃을 틔운 매화가 절정을 이루고 있겠다.
남녘의 훈풍에 실려 쪽빛 바다를 건너온 봄이 이제 막 작은 어촌마을의 초등학교 교정에 당도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초교 교정 언덕에 심어진 70년 된 세 그루의 매화나무가 일제히 환한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지요. 때마침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빈 교정은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와 매화가 뿜어낸 옅은 향으로 가득했습니다. 매화 꽃잎에 동글동글 맺혀 있던 물방울이 도르르 굴러떨어졌습니다.

구조라 초교는 문을 닫은 지 10년도 더 된 낡은 폐교지만, 교실 처마 아래 서서 떨어지는 낙수소리를 듣자니 촉촉히 젖은 풍금소리가 울려 퍼질 듯합니다.

내친김에 봄 동백을 보러 거제의 지심도로 들었습니다. 장승포 앞 바다에 떠 있는 자그마한 섬 지심도는 선혈처럼 붉은 동백꽃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지요. 모가지가 툭툭 떨어진 동백 꽃잎이 봄비와 함께 숲길 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풍경을 만나러 간 길이었습니다. 지심도의 동백은 지난 설 무렵의 강추위로 다 얼어 떨어져버렸지만, 아름드리 동백나무에는 단단한 꽃봉오리가 새롭게 하나둘 맺혀 있었습니다.

거제도에서는 눈 닿는 곳마다 절경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신선대며 도장포며, 바람의 언덕이며 해금강 마을까지…. 그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여차만에서 홍포마을까지 이어지는 비포장 해안도로입니다. 해안을 끼고 산 중턱을 타고 도는 이 길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경탄이 터지는 곳이지만, 봄날의 정취가 그중 으뜸입니다. 길 옆으로 시야를 가로막는 나무들이 이파리를 다 떨궈 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지는 겨울도 좋긴 하지만, 볕 따스한 봄날의 정취에야 어디 당하려고요.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좀 이르게 봄맞이를 가려면 남쪽 끝의 거제도는 어떻겠습니까. 남쪽 바다를 건너온 올해 첫 꽃 소식은 이곳 거제에서 출발했답니다. 지심도에는 이미 동백이 붉게 타오르고 있고, 좀 더 있으면 거제 와현마을 뒤편의 공곶이 해안에 노란 수선화도 꽃대를 내밀겠지요. 솜털 보송보송한 노란 병아리를 살며시 쥘 때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팔딱거리는 촉감. 이즈음 거제에서 느껴지는 봄의 정취가 꼭 그렇습니다.

거제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2-04

 

 

들쑥날쑥 바다 위 징검다리, 굽이 돌면 겹쳤다 흩어지고…
봄망울 터뜨린 거제 ‘여차~홍포’3.5㎞ 해안길을 따라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여차 - 홍포 해안에서 바라본 모습. 봄 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최고의 경치를 빚어낸다.

거제 동부면 영북리의 굴 작업장. 주민들이 양식굴을 까고 있다. 이렇게 까낸 굴은 관광객들에게 판매도 한다.
# 바다가 보이는 초등학교 교정에서 시작된 매화 꽃소식.

제주를 딛고 남쪽 바다를 건너온 꽃 소식이 이제 막 거제도에 당도했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마을 뒤편 언덕 위의 초등학교 폐교 교정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열었다. 세 그루의 아름드리 매화나무 가지에 주르륵 매달린 꽃눈이 팝콘이 튀듯 타다닥 열렸다. 봄이 보낸 꽃 소식을 만난 날은 때마침 봄비가 속살거리며 내렸다. 문을 닫은 지 10년이 넘은 폐교지만, 마을 주민들이 장 정돈해놓은 교정에서는 금방이라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에서 유리창을 닦고, 국어책을 읽고, 풍금 소리에 목청을 높이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해마다 이른 봄 첫 매화 소식은 전남 순천의 자그마한 절집 금둔사에서 날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금둔사의 홍매화 소식이 영 더디다. 금둔사 주지 지허 스님은 “봄비에 젖은 꽃망울이 이제서야 터질 듯하다”고 했다. 남녘으로 전해지는 매화 소식의 순서는 이랬다. 가장 먼저 금둔사의 홍매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면, 이어 광양에서 구례까지 이어지는 섬진강변의 매화가 하나둘씩 꽃을 피운다.

그러고는 남도 땅에서 매화와 산수유가 폭죽처럼 터지며 봄꽃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러나 올해 꽃 소식은 거제에서 시작됐다. 남도의 소박한 절집이 아닌 바다가 보이는 초등학교 교실 옆에서 오래 기다려온 봄꽃 소식이 시작된 것이다. 구조라 초교 교정에서 제법 화려하게 피어난 매화를 만난 것이 지난주 금요일쯤이니, 지금쯤 매화나무는 가지 가득 온통 꽃을 달고 절정을 향해 가고 있겠다.

# 동백 숲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지심도

거제는 매화에 앞서 동백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해마다 12월 무렵에 첫 꽃이 피기 시작하는 동백은 이듬해 3월까지 피고 또 진다. 그 동백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 바로 거제 장승포 앞의 자그마한 섬 지심도다. 장승포항에서 4㎞쯤 떨어진 지심도는 작은 도선으로 15분쯤 가면 닿는다. ‘지심(只心)’이란 섬 이름을 풀어보자면 ‘오로지 마음 하나뿐’쯤 되겠다. 그 ‘마음’은 모르긴 몰라도 선홍색 핏빛이리라. 섬 가득히 피어난 동백꽃처럼….

지심도의 동백 숲은 원시림에 가깝다.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 터널에 들면 대낮에도 전등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둑어둑하다. 이런 숲길에서는 동백꽃이 피어난 모습도 아름답지만, 목이 툭툭 떨어진 동백꽃들이 주단처럼 깔려 있는 모습이 더 황홀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까마득한 해안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고, 파다를 품고 있는 대숲 길도 만난다. 대숲의 한가운데서 바다를 건너온 봄바람이 쏴 하고 청량한 소리를 내며 지나는 느낌이라니….

동백과 매화에 이어 피어나는 거제의 봄꽃이 있으니 바로 수선화다. 일운면 와현해수욕장을 지나 예구마을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계단식으로 정리된 ‘공곶이’가 나온다. 공곶이란 이름은 지형이 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온 곶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러 산 뒤편에 숨겨놓은 듯 깊이 들어서 있어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종려나무와 설유화, 동백나무, 군자란 등 수십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이곳은 4월 초 수선화가 피어날 때 절정을 맞는다. 너른 꽃밭에 샛노란 수선화가 해풍에 꽃대를 흔드는 모습은 장관이다.

#거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길…여차에서 홍포까지

아름다운 바다와 점점이 떠있는 섬들. 해금강의 절경이며, 신선대의 기암, 학동의 몽돌밭까지 거제에는 비경이 즐비하지만 그중 최고는 남쪽에 있다. 바로 거제의 남쪽 끝, 여차만에서 산길을 따라 홍포마을을 잇는 비포장 해안도로다. 거제의 다른 절경이 한자리에서 바라보는 정지영상이라면, 이쪽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비경은 동영상이다. 바다에 바싹 붙어서 이어진 산길을 차로 달리면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들이 시야와 원근에 따라 겹치고 흩어지며 시시각각으로 빼어난 풍광을 빚어낸다. 이 길을 한번이라도 달려본 사람이라면 이곳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으리라.

바다를 끼고 망산(387m)의 남쪽 자락을 굽이굽이 도는 이 길에서는 징검다리처럼 늘어선 다포도와 대·소병대도, 매물도 일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벼랑 아래 여차 마을 몽돌해변의 옥빛 바다와 홍포 쪽의 군부대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3.5㎞의 이 길을 걸어가 본다한들 그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으리라.

이 길은 어느 계절에도 좋지만, 봄날의 정취가 최고다. 다른 계절에는 길가의 무성한 숲이 바다 풍경을 자주 막아서지만, 겨울과 이른 봄에는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가 왈칵 달려든다. 그렇다고 이 길을 봄에 찾아가야 하는 게 꼭 시야 때문만은 아닌 것이, 여차만에서 홍포로 이어지는 길이 봄바다의 아릿아릿한 정서와 가장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 아쉽다면, 거제의 남서쪽 해안을 타고 도는 쌍근해안길을 찾아가 보자. 남부면 저구리 저구마을에서 탑포리 쌍근마을로 이어지는 길의 풍광도 못지않다. 말끔하게 시멘트로 포장이 돼 있는 이곳은 여차-홍포간 해안도로처럼 바다에 딱 붙어 산자락을 타고 고도를 높이면서 달리는 길이다.

# 사람의 손으로 자연을 더 아름답게 가꿔가는 곳

거제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졌다. 쪽빛 바다와 몽실몽실 떠 있는 섬들이 있고,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는 계절에 붉은 불을 켜는 동백과 순백의 매화가 있다. 여기에 사람의 수고가 빛나는 정원이 있고, 해안마다 우뚝 솟아 최고 전망을 자랑하는 산들이 있다. 하지만 거제도가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히는 것은 이런 자연 풍광 때문만은 아니다.

거제는 다른 자연 풍광 외에도 ‘잘 개발된 공간’들을 갖고 있다. 자연은 되도록 덜 건드리면서 낭만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여태껏 비포장으로 남겨둔 것만 봐도 그렇다.

장승포항 문화예술회관의 조형적인 건물은 장승포의 밤 풍경을 빼어나게 장식해주고, 새로 정비된 와현해수욕장은 마치 지중해 해안의 어디쯤을 연상케 한다. 외도의 빼어난 절경이야 익히 알려진 것이고, 신선대에서 바람의 언덕을 지나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들어선 숙소들도 각기 독특한 조경과 세련된 건축미를 뽐낸다. 거제도는 앞으로도 한동안 관광인프라 구축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말쯤 거제-부산간 연결도로인 거가대교가 완공되면 거제도는 부산의 배후 관광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거제까지 2시간10분의 거리가 50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거제가 청정자연이 펼쳐지고, 이에 걸맞은 관광인프라도 충실하게 갖춘 관광지의 모델이 될 것이란 기대는 지나친 낙관일까.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판암갈림목에서 대전-통영선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도의 동쪽 신현-옥포-장승포-지세포-와현-구조라-해금강 쪽으로 돌게 된다.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넘어가면 1018번 지방도를 따라 거제도의 서쪽 해안을 따라 돈다. 거제도는 섬의 서쪽보다 동쪽에 관광지와 볼만한 풍광들이 몰려 있으니 신거제대교를 넘어 14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지금 매화를 보려면 구조라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 구조라 초교를 찾으면 된다. 동백터널이 있는 지심도는 평일에는 하루 세 번,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다섯 번 객선이 운항한다. 왕복 1만원으로 거리에 비해 뱃삯은 다소 비싼 편. 배는 기존 여객터미널이 아니라 지심도행 객선이 뜨는 별도의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묵을 곳 먹을 것

거제에 가면 숙소를 어디에 정할지 고민하게 된다. 해안도로 부근이나 해수욕장에 워낙 풍광이 좋은 숙소들이 즐비한 탓이다. 함목에서 도장포를 지나 해금강 마을로 가는 길의 바람의 언덕 부근에 ‘거제훼밀리호텔’(055-632-6377)이 추천할 만하다. 지중해풍 테라코타 지붕의 벼랑에 들어선 이 호텔의 객실에서는 신선대의 풍광이 코앞에 펼쳐지고 다포도와 대·소병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현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해안도로변에 새로 세워지고 있는 ‘거제 씨팰리스호텔’(055-730-1000)은 외관은 물론 호텔 내 전망도 빼어나다. 반원형으로 지어진 호텔의 전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가격은 17만원부터. 지세포의 호텔 ‘상상 속의 집’(055-682-5252)도 내부시설이 고급스럽다. 복층형 패밀리 스위트룸에는 객실에 스파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거제도의 맛집으로는 멍게비빔밥의 원조로 알려진 백만석식당(055-638-3300)과 해물뚝배기를 내놓는 항만식당(055-682-4369)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멍게는 제철이 아니고, 항만식당은 근래 들어 가격이 오른 것이 흠이라면 흠. 장목면 외포항 일대에는 끝물 대구가 잡히고 있다. 일대의 식당 어느 곳을 찾아도 부드러운 살이 촉촉하게 씹히는 시원한 맛의 생대구탕을 맛볼 수 있다. 풍성한 맛을 찾는다면 거제로 들고 나는 길목인 통영에서 맛집을 찾는 것이 낫다. 통영의 명물이라면 술을 주문하면 안주를 알아서 내오는 이른바 ‘다찌집’. 거제에서 가까운 다찌집 ‘통영사랑’(055-644-7548)을 들러볼 만하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회정식 스타일의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거제=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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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생비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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