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새색시처럼, 봄은 왔다 | |
매화·동백 아름다운 광양 | |
농사에 쓸 괭이 찾는 할아버지에게서… 꽃망울 살짝 내보이며 봄은 그렇게 왔다 남녘에 봄이 찾아왔다. 산과 들, 바다에는 뭇것들이 겨우내 움추렸던 기지개를 켜고 봄기운을 맘껏 받아들이고 있다. 매화와 동백이 무척 아름다운 고장 전남 광양시로 봄나들이를 떠난다. 이름 그대로 햇볕이 따사로와 다른 곳보다 먼저 봄을 맞는 광양읍을 찾아가니 때마침 5일장이 열리고 있다. 1일과 6일이 든 날이면 광양읍 5일장에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시골장터의 향수로 가득하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육교를 건너자 각종 채소와 과일, 옷, 생선 등을 파는 노점상들의 호객소리와 물건을 흥정하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미로처럼 늘어선 좌판에는 백운산 자락에서 캐낸 각종 봄나물과 청청 남해 바다의 물고기들, 섬진강에서 자란 참게와 재첩들이 봄기운을 머금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달래와 쑥 사가지고 가서 된장국을 끓여봐. 금방 입맛이 돌아오지.” “취나물도 삶아서 무쳐 먹으면 참 맛나. 얼른 사가소.” 이른 새벽 인동리에서 쑥과 달래, 취나물, 미나리, 봄동 등 봄나물 보따리를 이고 나온 문순희(86) 할머니가 손님의 발길을 붙잡는다. 달래 몇뿌리를 집어들자 향긋한 봄내음이 스며든다.“많이 파셨냐”고 물었더니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온종일 장에 앉아 있어도 하루 5천원 벌이밖에 못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도 객지에서 온 손님이 일부러 봄나물을 사려는 마음새가 고마운지 쑥을 한움큼 더 담아준다. 도시에는 맛보지 못하는 시골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사는 맛이다.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을 서더라/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을 서더라/ 연필로 편지쓰듯 푸성귀 늘어놓고/ 노을과 어깨동무 하면.. 함께 저물더라/ “오늘장 어떻데요?”/ “오늘.. 장?”/ “그냥 그려”/ “예~ 저 출출하신데 약주 한잔 허시지유?”/ “거~ 좋지”/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을 서더라/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을 서더라/ 연필로 편지쓰듯 푸성귀 늘어놓고/ 노을과 어깨동무 하면.. 함께 저물더라/ “잘먹었네 다음 장에 또 와”/ “예! 편히 들어가세요”(장사익의 노래 ‘시골장’)
예부터 매화는 지조와 절개를 자랑해 선비들이 많이 심고 길렀다. 어지러운 세상에 매천 황현 선생의 시구처럼 “어쩌면 매화 같은 사람을 얻어 한평생 담담히 마주 대할까?”(황현 시 ‘매화 같은 사람을 얻어’) 옥룡면 추산리에는 백계산 자락 천년의 동백나무 숲속에 간직된 불교 성지 옥룡사지가 있다. 도선의 도호인 ‘옥룡자’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는 옥룡사는 화재로 소실돼 절터만 남았으나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북돋우려고 심은 것으로 전해 오는 동백나무 7천여본이 7㏊에 거쳐 울창한 동백 숲을 이루고 있다. 운암사 뒤편 옥룡사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천년을 세월을 이어오며 해마다 누구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동백의 붉은 정열과 만난다. 광양/글·사진 정상영 기자 3Dchung@hani.co.kr"'>chung@hani.co.kr">3Dchung@hani.co.kr">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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