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꽃/ 시,낭송:도경원
그 푸르름 녹아 흐르던 날
이 무슨 낮도깨비들의 횡포인가
땅을 불 질러 하늘을 불 질러
바다마저 불을 질러
무엇을 얻으려 했던가?
독사의 혓바닥같이 낼럼거리는 불꽃을
그 거친 불길을, 세상을
모조리 삼킬 듯한 광란의 불길을
그대를 태워, 그대들을 태워
그대들을 불태워
맞불을 질러 잡았구나!
그대들의 붉은 피를 뿌려 그 불을 껐구나
일어나라 영웅이여!
영웅이여 일어나라, 일어나 소리쳐라!
허리가 잘린 채 반 토막으로 몸부림치는
그대들 편히 발 뻗고 눕지도 못할
아직도 상처투성이인 이 땅을 보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대들 스러져간 흔적을.
피어나라 다시 피어나라 유월의 꽃이여!
미처 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꽃이여!
다시 피어나 사람들의 눈을 밝혀
사람들의 기를 살려 이 땅을 치유케 하라!
그대들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다시는 이 땅이 불타지 않도록
잠에서 깨게 하라!
영웅이여 꽃이여, 유월의 꽃이여!